핵융합은 과연 제 역할을 다할 것인가. 사회가 요구하는 에너지는 저렴하고 환경에 우수 할 뿐 아니라 안심하며 사용할 수 있어 안전 공급이 가능한 것이다. 더욱이 향후 에너지 이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다. 그러나 이러한 에너지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모든 에너지는 그레이존(Gray Zone : 이쪽저쪽도 아닌 중간 영역)에 있으므로 어떤 사람은 흰색이라고 간주할 지도 모르지만, 또 어떤 사람은 검정이라고 할지 모른다. 핵융합도 틀림없이 그레이 에너지이지만, 그 농담(濃淡)은 노 공학에 따라 어떠한 것으로도 될 수 있다.
조기에 실현 가능한 핵융합로 이미지
ITER의 다음 단계에서 핵융합발전을 실증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원형로다. 제대로 된 확실한 기술로 조기에 발전 실증하려고 할 때 원형로의 이미지는 다음과 같이 될 것이다.
핵융합반응으로 생성되는 중성자의 따가운 빛을 받는 노 내 기기(즉, 블랭킷)의 구조 재료에는 저(低)방사화 페라이트강을 사용한다. 중성자 빛을 받으면 구조 재료의 구성 원자는 튕겨져 나와 다른 곳으로 움직이지만, 저방사화 페라이트강은 모든 원자가 평균 100회 장소를 들락날락해도 충분한 구조강도를 가진 재료다. 블랭킷 구성이지만, <그림 1>과 같이 먼저 저방사화 페라이트강으로 박스 모양을 만들어, 내부에는 트리튬 연료 생산을 위해 베릴륨(Beryllium) 소구(小球)로 리튬 산화물 소구를 서로 번갈아가며 충진한다. 모든 소구는 직경 1㎜ 정도다. 체적비로 30% 정도 만들 수 있는 소구의 틈새는 블랭킷으로 생성한 트리튬 연료의 회수 유로(괥걟)가 된다. 블랭킷은 핵융합 에너지의 수열(受熱) 기기이기도 한데, 내부에는 다수의 냉각 배관을 통해 여기에 흐르는 가압수를 증기 터빈으로 유도하여 발전한다. 냉각재로 물을 사용하는 이점은 제열 능력이 높고, 배관 파단이 발생한 경우에도 새어나온 증기를 물로 접촉시키면 응축되기 때문에 압력 용기의 파열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러한 블랭킷으로 발전이 가능하다면 이것으로 프로젝트는 성공이지만, 이에 기초하여 핵융합의 가치를 계산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가압수를 사용한 발전으로 인해 그 실증 시기는 30년 후이며, 초전도 코일과 같은 하이테크 기기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도 높을 것이다. 이것만 들으면 핵융합은 매력적인 에너지원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를 만드는 이유는 실용화되기 가장 쉬운 핵융합로를 계획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노 공학 기술의 선택지를 넓히면 수용성이 높은 핵융합로 상을 제시하는 것이 가능하다.
보다 매력적인 핵융합을 위한 기술
환경, 안심, 저렴한 가격, 안정 공급, 다양한 에너지 이용 등의 요구 중 어디에 중점을 둘 것인지에 따라 핵융합을 매력적으로 하기 위한 공학 과제는 다르다. 핵융합이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 원인은 이미 수없이 존재하는 발전용 에너지원의 대열에 끼는 것만으로는 에너지 시스템을 변혁하는 기술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핵융합의 효용을 최대한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전원으로서의 이용뿐 아니라, 현재 에너지 시스템 구조에 있어 대변혁을 초래할 것으로 생각되는 수소 등의 특수한 생산 시스템으로 자리 잡는 것도 중요하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차라리 전기로 변환하지 않는 편이 핵융합 에너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이를 위해서는 구조 재료, 연료 증식재와 냉각재의 조합기술이 이 과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1. 다목적 에너지 이용을 위한 블랭킷 원형로에서 발전에 구애되는 이유는 실용 가능한 재료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재료가 지금으로서는 저방사화 페라이트강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저방사화 페라이트강의 최고 사용 온도는 약 550℃로, 이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냉각재 온도는 500℃ 이하로 제한되기 때문에 발전 이외의 온도가 한정적이다. 다양한 에너지 이용에 적합한 1000℃ 정도의 고온을 내기 위해서는 블랭킷 재료도 고온 재료로 구성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재료의 유력주는 구조 재료 SiC/SiC, 연료 증식재 PbLi(리튬-납), 냉각재 He의 조합이다. SiC/SiC는 탄화규소섬유에 탄화규소의 미분말을 붙여 가열 · 가압 성형한 세라믹 복합 재료로, 1000℃가 넘는 영역에서도 안정된 강도 특성을 가진다. 뿐만 아니라 비도전성을 위한 노 내 기기의 전자력 대책이라는 핵융합로에 있어 특유의 설계상 어려움을 피할 수 있다. 이 재료는 내열부재로 핵융합 외에도 항공 · 우주, 원자력 및 다른 에너지 산업으로의 응용이 기대되는 선진 재료다. 원자력 재료로 본 경우, 제조 단계에서 질소의 혼입을 억제하면 저방사화 페라이트강보다도 훨씬 우수한 저방사화 특성을 나타낸다.
<그림 2>는 핵융합로에서 2년간 이용한 후 구조재료의 표면 선량율의 감쇠 모양을 나타낸 것이다. SiC/SiC 복합 재료의 경우 노에서 꺼낸 직후의 표면 선량율이 저하되어 낮은 레벨로 변하기 때문에 폐기물의 취급 및 관리가 쉽다. PbLi는 융점이 비교적 낮고(Pb : Li = 83 : 17의 성분비일 때 최소 융점 235℃로 표시) 물 및 공기에 대해 불활성 합금이다. PbLi 중 Li는 중성자와 반응해 연료가 되는 트리튬을 생성한다. Pb는 (n, 2n)반응 즉, 중성자 1개를 흡수한 후 2개의 중성자를 방출하는 핵반응을 이용하여 중성자를 증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블랭킷의 유효 점유 면적은 80%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연료 수지 밸런스를 위해서는 증식재에 들어간 중성자 1개가 트리튬 1.3개 정도를 생성할 필요가 있고, 그 때문에 중성자 증배재가 필요하다. 이렇게 PbLi는 고온에서 사용 가능 할 뿐 아니라 증식재에 요구되는 기능을 각각의 구성 원소가 서로 분담한 합리적인 재료다. SiC/SiC 및 PbLi로 구성된 블랭킷을 이용한 열순환 루프 개념도를 <그림 3>으로 나타냈다.
PbLi는 천천히 순환하면서 내부에 생성된 트리튬 연료와 열을 운반한다. 트리튬 연료는 도중에 투과막 등에 의해 회수되고 PbLi 열은 중간열 교환기를 통해 2차 측의 헬륨가스로 전해져 최종적으로 수소 연료 등의 제조 및 발전에 제공된다.
2. 폐기물 문제 개선 핵융합은 환경적인 측면에서 우위성이 있다지만, 여기서 ‘환경’이라는 것은 온실가스 삭감, 핵분열로와 비교했을 때의 방사선 레벨을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좁은 의미에서의 ‘환경’이다. 저준위라고는 해도 방사성폐기물의 발생량에 관해서 말하면 핵융합로에는 큰 과제가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핵융합 플랜트의 폐기물 처리 · 처분은 아직은 먼 이야기지만, 여기서는 그 기본적인 생각을 설명한 다. 일단 노 본체 실내에서 중성자를 뒤집어 쓴 기기는 클리어런스 폐기물(방사선 리스크가 아주 작고 산업 폐기물과 동등하게 취급) 또는 방사성폐기물로 구분되는데, 이 구분으로만 따른다면 핵융합로에서 발생하는 저준위폐기물은 1,0000톤이 넘는다. 이 양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저방사화 페라이트강 기본의 핵융합로에서나 SiC/SiC와 PbLi 기본의 핵융합로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이만한 양의 저준위 폐기물이 발생하는 에너지원을 ‘환경에 우수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뻔뻔하다. 그러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재료 선정 또는 그 성분 조정에 의한 방사성폐기물을 만들지 않는다는 방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핵융합로에서는 노 내 기기의 주요 원소까지도 핵변환을 일으키는 방사성동위체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바에는 방사성폐기물을 재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 번 중성자 조사(照射)를 받은 재료를 용융하여 리사이클해도 관리 구역내에서의 원격 처리 · 가공 조립 프로세스, 원자력 시설에서의 재이용선 확보, 채산성을 고려하면 리사이클을 전망하기는 어렵다. 이 문제의 타개책이 SiC/SiC 및 PbLi로 구성된 블랭킷이다. PbLi가 액체처럼 되어, 회수된 사용 후 PbLi를 성분 조정(예를 들어 연소된 Li의 보충 등)한 후 후계로(後繼炉 )로 이동하여 연료 증식재로 재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폐기물 처분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핵융합로의 저준위폐기물은 4000톤 정도까지 저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 양은 경수로에서 발생한 금속의 방사성폐기물과 거의 비슷한 정도다. 향후 남은 4000톤에 대해서도 감량화 가능성을 탐구할 필요가 있다.
경제성 개선이 열쇠가 되는 노 공학 기술
핵융합은 장치 가격 단가는 높고 연료비는 싸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부하 추종 운전을 하기보다는 가능한 한 계속 운전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 때 경제성을 결정하는 요인은 가동률이 된다. 정기검사와 함께 블랭킷을 2~3년마다 교환할 필요가 있고, 이 소요 시간을 얼마나 단축하는가에 따라 가동률이 정해진다. 그러나 블랭킷 교환에는 다음과 같은 난점이 있다.
① 블랭킷의 지지는 강대한 전자력에 견디도록 견고하면서도 탈착이 용이해야 한다. ② 교환 시에는 블랭킷 접속 배관의 절단 · 재용접 · 검사가 필요하다. 동력로용 블랭킷의 경우 재용접 점수는 수천 점에 달한다. ③ 노 내 기기는 방사화하여 사람의 접근을 허용치 않으므로 점검 보수는 원격 조작된다.
그러면 실제로는 어떻게 점검 보수가 이루어지는가. ITER에서는 원격 유지 보수 실적이 있었던 유럽 핵융합 실험 장치 JET 방식을 확장해 소구경 포트에서 액세스하여 노 내 기기를 교환한다. 즉, 노내 교환 방식을 채용하는 것이다.
<그림 4>와 같이, 보수 시에는 작은 포트에서 접이식 레일을 노 내로 전개하여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비이클(Vehicle) 블랭킷 모듈을 반 · 출입한다. 배관의 절단 · 재용접에는 <그림 5>와 같은 YAG 레이저를 이용한 로봇을 도입한다. ITER은 실험로이고 높은 가동률이 요구되지 않기 때문에, 그 블랭킷에는 연료 증식 기능이 요구되지 않아 재용접 점수가 적다. 따라서 이러한 노 내 보수 방식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높은 가동률이 요구되는 원형로 이후의 동력로에서는 노 내에서의 보수 작업을 대폭 경감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그림 6>과 같이 트래스를 10 정도로 분할한 섹터 방식이다.
이 방식에서는 제1벽 및 블랭킷을 모아 섹터를 구성하여 섹터마다 교환한다. 그 다음에는 노 운전 중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떨어진 섹터의 블랭킷을 교환 · 검사한다. 노 내에서의 배관 용접 점수는 수십 점에 머무르기 때문에 보수의 소요 시간은 대폭적으로 단축된다. 섹터 방식에서는 측면 · 배면에서 액세스가 가능하고 재용접과 검사가 쉬울 뿐 아니라 ‘견고하면서도 탈착이 용이’해야 하는 지지 기구가 갖춰야 할 상반된 요구에 대한 답을 찾아낼 수 있다. 섹터를 모두 제거하면 용기 내에는 초전도 코일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 이 방식의 또 다른 특징은 블랭킷 모델을 대폭으로 교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앞서 원형로의 블랭킷은 저방사화 페라이트강과 고체 증식 블랭킷이라고 설명했지만, 일부 섹터를 바꾸면 SiC/SiC와 PbLi 액체 증식 블랭킷 실증 실험도 가능하다.
소구경 포트에서 원격으로 행하는 노 내 보수는 ‘Ship in a Bottle’(<그림 7> 참조) 제작과 비슷하다.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는 선원에게는 받아들여져도 스피드를 중시하는 비즈니스에는 적합하지 않다. 선물가게에 ‘Ship in a Bottle’이 여러 개 진열되어 있으면 주의해야 한다. 뭔가 제작 시간을 단축한 교묘한 비밀이 있음이 틀림없다. 만약 병 밑 부분에 이음매가 있다면, <그림 7>과 같이 섹터 방식으로 제작됐으리라 생각할 수 있다.
마무리
여기에는 다루지 못한 중요 과제로 ‘열’이 있다. 노심 표면에서 가장 심한 곳은 열 유속이 10㎿/㎡에 달하는데, 이는 로켓 엔진의 열 유속에 필적한다. ITER에서는 구리의 전열을 이용하면 이 열 유속을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그 전에 핵융합로에서 열 출력이 ITER의 몇 배가 될 뿐 아니라 중성자 조사 손상을 받기 쉬운 구리는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된다. 핵융합 개발에 있어 ‘열’은 심각한 문제로, 향후 핵융합로의 고성능화가 진행됨에 따라 문제가 보다 빈재화될 것으로 생각된다.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여 고(高)열 유속을 다루는 기술로 극복한다면 콤팩트하게 고출력을 얻을 수 있는 경제적인 핵융합로를 전망할 수 있다. 여기에서 설명한 보수 기술도 핵융합의 기술적 성립성에 관한 위기성 문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핵융합 장치에서는 사람이 직접 보수 작업을 행하고 있어 본격적인 원격 보수 기술의 개발은 ITER을 계기로 움직인다. 고(高)가동률 실현을 위한 과제는 산적해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보수 기술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기술자의 인식도 바뀌고 있어 국제회의 보수 기술 발표에 청중의 관심이 모아지게 된 것은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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