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서구 원당동에 위치한 (주)건영통상은 변압기 외함을 전문적으로 생산한다. 1993년 설립된 이 회사는 2000년 국내 변압기 외함시장에 혁신적인 주름형 방열기를 선보인 이래,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는 내실 있는 업체다. 이번 호에는 (주)건영통상을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결실로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김포IC를 빠져나와 (주)건영통상을 찾아가는 도로변에는 검단신도시 예정지임을 알리는 현수막과 부동산업체의 요란한 광고들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들썩거리는 주변 분위기에는 아랑곳없이 (주)건영통상 공장 안의 자동 용접기는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도시 개발의 물결에 떠밀려 공장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에 불만은 없는지 허민행 사장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위기는 위대한 기회의 줄임말이라고 생각합니다. IMF시기를 호되게 겪어내서 그런지 이 정도의 일쯤은 기분 좋게 넘길 수 있죠. 공장 이전은 오히려 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3개로 나뉘어져 있는 공장을 하나로 통합시키면 관리하기 편해질 수도 있죠. 이곳의 보상 문제가 해결되면 김포 지역으로 옮겨서 더 나은 자동화 설비를 갖출 계획입니다.”낙천적인 그의 성격이 드러나는 대답이다. 대학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한 그가 변압기 외함 제조업체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1993년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그는 효성알루미늄에서 무역 분야의 일을 담당했다. 영업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시작한 사업은 처음부터 삐거덕거렸고 IMF를 맞이하면서 큰 난관에 부딪혔다. 하지만 기술개발을 위해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시기였다.“손익분기점을 야무지게 따져봤다면 사업을 시작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원자재가격에 인건비, 물류비를 제대로 계산해보지 않고 무작정 덤벼들었지 않나 싶습니다. 93년에 회사를 설립하고 그나마 간신히 유지해오다가 97년에 부도 위기까지 몰렸습니다. 막상 막다른 길에 이르러서야 마음이 차분해지더군요. 차분히 생각해보니 변압기 외함을 만드는 데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은 인건비였습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 주름형 방열기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IMF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습니다.”
독자적인 주름형 방열기 생산으로 원가절감주름형 방열기를 개발한 덕분에 허민행 사장은 30여억 원에 달하는 독일산 제품을 대체하는 기계를 자체적으로 제작할 수 있었다. 변압기 외함은 높은 임금에 비해 마진이 적은 제품 가격으로 수익구조의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자동화 라인을 통해 제조할 수 있는 주름형 방열기는 채산성 향상의 돌파구가 되었다. 주름형 방열기는 주목적인 방열뿐만 아니라 깔끔하고 작아진 외형으로 설치 면적을 줄일 수 있고, 전 공정의 80% 가까이 자동화 라인을 통해 생산되기 때문에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있었다. 허 사장은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패널식보다 주름형 방열기를 주로 채택하고 있던 터라 시장 확대 가능성도 확실하다고 판단했다. 허 사장의 예상은 적중했다. 2000년 선진국형 변압기 외함인 주름형 방열기가 선을 보인 이래 이 회사의 제품은 민수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기존의 패널식보다 생산성이 2배 가까이 높아 원가경쟁력이 뛰어나다는 점이 변압기 생산업체들로부터 높이 평가받게 된 것이다.
제 살 깎아먹기 식의 경쟁을 피해야(주)건영통상은 영업사원이 따로 없다. 오히려 거래 문의가 쇄도해도 기존 거래처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서 새로 거래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제품의 경쟁력이 영업전략입니다. 한정된 변압기 업체를 상대로 외함 제조업체들이 제 살 깎아먹기 식의 경쟁을 해서는 안 됩니다. 무리해서 거래하지 않고 기존 거래처를 밀어줌으로써 그 회사의 변압기가 경쟁력을 갖게 해줘야 됩니다.”거래 기업을 배려해주는 의리를 지켜나가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허 사장의 관심은 ‘영업’보다는 ‘자동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장을 이전하기 전에 자동화 설비를 세팅하기 위해서다. 항상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외국의 전기 관련 전시회를 찾아다닌다. 특히 일본에서 열리는 전설공업전과 얼마 전에 열린 두바이전시회에 참관해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얻었다. 아이디어는 곧바로 현장에서 시험을 거쳐 실용화된다. “하루의 대부분을 현장에서 보냅니다. 일하는 사람이 가장 편하게 작업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기계가 왜 고장이 나는지를 꼼꼼히 살펴보면 답이 나오게 되어 있거든요.”허 사장의 꼼꼼한 현장관리 덕분에 이 회사는 지난해 말 플라즈마 자동 용접기를 자체 개발해 방열기 생산의 자동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앞으로 (주)건영통상은 주력제품인 주름형 방열기 외에 폴 타입의 주름형 방열기 시장 진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주)건영통상의 임직원은 국내 변압기 외함 시장의 선두기업으로 키워내는 것이 꿈이다. 국내 최초로 주름형 방열기를 개발해내고 민수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야무진 업체 (주)건영통상, 그들의 행보에 주목해본다.글_김기숙 기자사진_이진희 기자<(주)건영통상 전화 (032)564-4646 홈페이지 http://www.kc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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