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드림팀, 한국형 틸팅열차 기술 선도한다우리나라가 세계적인 물류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교통의 꽃인 철도 발달이 필수조건이다. 물론 2004년 KTX 개통을 시작으로 고속철도 기술의 깃발은 올라갔다. 하지만 국토의 약 70%가 산인 우리나라는 기존 철도선이 곡선부가 많아 새로운 직선선로를 건설하지 않고는 열차의 속도를 향상시킬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직선선로의 건설에는 막대한 건설비와 자연파괴가 동반된다. 따라서 우리나라 지형에 맞는 친환경적이며 고속의 틸팅열차 개발의 필요성이 논의되어 왔다. 최근에 국내 독자 기술로 틸팅열차를 개발한 팀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기존철도기술개발사업단의 시스템엔지니어링팀이다.이에 월간전기에서는 노련한 연구원들의 지혜와 젊고 패기 넘치는 연구원들의 열정이 있는 틸팅열차 개발팀을 찾아가 본다.국내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틸팅열차 TTX
틸팅열차란 선로의 곡선부를 철도차량이 통과할 때 통과 속도를 향상시켜 주기 위한 기술이 적용된‘틸팅’이라는 동작을 수행하는 열차를 말한다. 틸팅(tilting)이란 기울어지는 것을 말하며, 틸팅열차는 곡선부를 주행할 때 원심력을 줄이기 위해서 열차를 곡선부 안쪽으로 약간 기울인다. 이는 마치 스케이트 선수가 트랙을 돌 때 넘어지지 않기 위해 몸을 안쪽으로 기울이는 것과 같다. 이렇게 하면 열차 승객의 승차감은 향상되고, 속도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한국형 틸팅열차 TTX(Tilting Train eXpress)는 2001년 연구개발에 착수하여 총 470억 원이 투자된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 건설교통부와 건설교통기술평가원이 후원하고 국내 철도 관련 기업들이 참여한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 열차는 기존 선로에서 최고 속도 200㎞/h로 주행할 수 있는 전기식 준고속열차이며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졌다. 지난 1월 16일 로템 창원공장에서 틸팅열차 개발 과정과 성과에 대한 발표회가 있었다. 이날 발표회에는 철도 관련 관계자들이 참석하여 새로운 열차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특히 내부는 KTX보다 넓은 좌석, 휠체어가 들어가는 장애인에 대한 세심한 배려, 실시간 위성방송 등 최첨단 기능이 부가되어 있다.틸팅열차는 본격적으로 상업운전에 들어가는 2010년 전까지 시운전과 성능을 검증하는 신뢰성 평가를 거쳐야 한다. 틸팅열차와 같이 새롭게 개발된 열차가 시험운행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험선로, 가선설비 및 정비시설 등이 필요하다. 이번 틸팅열차는 시운전을 위해 선로 상태가 양호하고, 영업운행 차량의 운행 횟수가 적으며, 전철화가 되어 있어 전기로 구동하는 틸팅열차가 시험 운행하기에 적합한 충북선으로 결정됐다. 특히 충북선은 인근에 오송기지가 있어 시험 운행 중 각종 정비를 하는 데 유리하다.
열차 개발에 인증 받은 신기술(NET) 적용돼 틸팅열차에는‘일체형 성형기법 차체 제작 기술’과‘틸팅 조향대차 기술’이라는 신기술 2개가 적용되었다. 일체형 성형기법은 차체 전체를 탄소섬유 복합소재를 이용해 한꺼번에 제작한 후 대형 성형기에 넣고 고온·고압을 가하여 구워내는 방식으로, 차체 제작 효율을 높이고 강도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틸팅 조향대차는 곡선부에서 차체를 기울이면서 대차의 바퀴 부분이 선로를 따라 진행각도가 변동되어, 탈선의 위험을 감소시키고 곡선 구간에서 안정성을 확보한다.또한 이번에 개발된 열차는 기존의 디젤기관차가 아닌 전기추진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전기식 추진열차는 전기를 열차의 구동에너지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열차 지붕 위에 설치된 집전장치(팬터그래프)를 통해 AC 25㎸를 수전하여 주변압기를 거쳐 낮춰진 전압을 다시 컨버터/인버터(C/I) 전력변환장치로 보내, 최종적으로 부하 말단인 AC 견인전동기를 회전시키는 방식이다. 한국형 틸팅열차는 모두 6량 1편성으로 4개의 모터차량과 2개의 부수차량으로 구성되었다. 각 모터차량에는 2개의 C/I 전력변환장치가 있고, 1개의 C/I가 2개의 견인전동기를 제어하고 있다. 제동시에는 견인모터의 역회전 토크를 제동력으로 사용하며, 이때 회생되는 전류를 가선으로 다시 회귀시켜 전력소비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회생제동방식을 채택했다.
차(TEA) 미팅 통해 팀워크 다진다이번 한국형 틸팅열차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기존철도기술개발사업단의 시스템엔지니어링팀에서 개발했다. 시스템엔지니어링팀은 기존철도기술개발사업단 서승일 단장이 이끌고 있다. 이 팀은 틸팅열차개발 총괄과 엔지니어링을 담당하고 있는 한성호 팀장을 주축으로, 차량유지보수의 김만오 수석연구원, 틸팅대차를 담당하는 김남포 책임연구원, 차체 담당의 김정석 선임연구원, 전기장치를 담당하는 이수길 선임연구원, 제동 및 팬터그래프 담당의 고태환 선임연구원, 방송장치 및 도어를 담당하는 송용수 선임연구원으로 구성되어 있다.특히 이 팀의 리더인 한성호 팀장, 김만오 연구원, 김남포 연구원은 다양한 현장 경험이 있고, 김정석 연구원, 이수길 연구원, 고태환 연구원, 송용수 연구원은 젊은 패기가 넘쳐나 팀의 신·구 조합이 잘 이루어진 최고의 드림팀으로 불린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만큼 각자 개성이 튈만도 하지만 이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미팅시간에 인스턴트 커피대신 차를 즐겨 마신다는 팀원들. 다도가 취미인 김만오 수석연구원이 수집한 각종 차를 팀원들과 함께 나눠 마시며 팀워크를 다진다. 그래서인지 남자들만 있는 팀이지만 서로를 칭찬하는 말들이 오가고, 차분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한성호 팀장은 틸팅열차 사업이 큰 프로젝트인 만큼 어려운 점도 많았다고 한다.“틸팅열차 개발 프로젝트 초기에는 틸팅열차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열차 개발에 회의적인 시각과 선진국의 기술제휴 없이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잘 만들어진 열차를 수입해 오면 되는 것이지 굳이 만들 필요가 있냐는 것이었죠. 이런 내부의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분들을 설득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확실한 연구 성과를 보여주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죠. 연구가 진행될수록 차량이 형상을 갖춰 가고 성능이 확인되면서 이런 부정적인 시각들이 없어졌습니다.”올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운전에 들어가는 틸팅열차는 앞으로 2년 동안 약 10만㎞의 주행시험을 하게 되는데 올해는 2만㎞ 주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된 틸팅열차.이 열차가 상용화되어 전국을 달리는 그 날을 기대해보며, 열차 개발에 최선을 다해온 팀원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글_이진희 기자사진_김기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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