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전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에너지연) 수소연구단에서 경제성이 향상된 신개념 암모니아 분해 촉매 합성법을 개발했다. 폴리올 공정을 기반으로 한 이 합성법을 통해 생산한 촉매는 기존 촉매의 성능을 크게 웃돌았다. 활성화 에너지가 약 20% 낮아졌고 수소 생성률은 1.7배 증가했으며, 단위 부피당 암모니아 분해 반응이 기존 촉매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이를 활용하면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더 효율적으로 분해할 수 있어 수소 경제 실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3개의 수소 원자와 1개의 질소 원자로 구성된 암모니아는 수소 함량이 높아, 해외에서는 청정수소를 대용량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장거리 운송할 수 있는 ‘수소 운반체(carrier)’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운반, 저장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다른 원소에 비해 경제적으로 수소를 운반할 수 있다. 하지만 수요지에서 암모니아를 분해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은 아직 초기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내로 도입된 암모니아로부터 청정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암모니아 크래킹 기술’의 개발이 필요한데,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장기간 검증된 상용기술이 없는 상황이다. 암모니아 분해 반응은 600℃ 이상의 고온에서 열 공급이 필요한 흡열반응으로, 고효율의 암모니아 기반 청정수소 생산을 위해 600℃ 이하의 저온에서 작동하는 고활성·고내구성의 촉매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암모니아 크래킹 반응에서 가장 활성이 우수하다고 알려진 루테늄(Ru) 촉매에 있다. 루테늄을 사용하면 다른 촉매보다 100℃ 이상 낮은 500℃~600℃의 온도 조건에서도 암모니아를 빠르게 분해할 수 있다. 문제는 루테늄이 소수의 국가에만 존재하는 매우 희귀한 금속이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규모의 상용공정 적용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는 적은 양으로도 성능을 내기 위해 루테늄의 크기를 나노 수준으로 줄여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나노 촉매는 대량 생산 공정이 복잡하고 제조 비용도 높아 암모니아 분해 기술의 상용화를 저해하고 있다. 때문에 소량의 루테늄을 고분산 균일 담지할 수 있는 실용적인 촉매 합성법 개발이 필요했다.

이에 연구진은 촉매의 경제성을 개선할 수 있는 폴리올 공정 기반의 신개념 루테늄 촉매 합성법을 개발했다. 폴리올이란 여러 개의 -OH(하이드록시기)를 가진 알코올 종류의 끈적하고 점성이 있는 액체로, 금속을 나노 입자로 환원시키는 공정에 자주 사용된다. 대표적으로 에틸렌글리콜, 글리세롤, 부틸렌글리콜 등이 있다. 이를 통해 생산한 촉매는 기존 촉매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암모니아 분해 성능을 나타냈다.

탄소사슬 구조·길이 조절로 나노 입자 응집 억제

연구진이 적용한 폴리올 공정은 주로 금속을 나노 입자로 합성하는 데 쓰이는 공정이다. 기존 공정에서는 입자끼리 뭉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안정화제를 넣는데, 이로 인해 공정이 복잡해지고 비용도 증가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연구진은 안정화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나노 입자의 응집을 제어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연구진은 ‘탄소사슬’이라고 불리는 유기 분자의 길이가 입자의 응집 정도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 주목했다. 탄소사슬이란 탄소 원자들이 서로 연결된 구조로, 물질에 포함된 탄소 원자의 개수에 따라 길이가 달라진다. 연구진은 탄소사슬의 구조와 길이를 조절하면, 첨가제 없이도 나노 입자의 응집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고 보았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탄소사슬 길이가 긴 부틸렌글리콜을 활용하면 안정화제 없이도 2.5nm(나노미터) 크기의 루테늄 입자가 균일하게 분산되고, 수소 생성 반응이 일어나는 ‘B5 사이트’가 형성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B5 사이트’는 3개의 루테늄 원자가 계단형 표면에 위치하고, 그 위에 2개의 원자가 테라스 모서리에 있는 형태로, 높은 반응성을 유도한다.

유사한 루테늄 함량(2wt%)과 입자 크기를 갖는 Ru/MgAl2O4 촉매를 함침법(Impregnation)과 증착-침전법(Deposition-precipitation)으로 제조하여 비교한 결과, 폴리올법으로 제조한 촉매가 높은 암모니아 전환율 및 수소 생성 속도를 보였다.

연구진은 폴리올을 용매로 사용하여 루테늄 금속 입자를 지지체(MgAl2O4) 표면에 고분산 담지했다. 루테늄 전구체와 폴리올을 혼합하여 루테늄 입자의 핵을 형성하고 입자 성장과 안정화를 거쳐 지지체 표면에 담지한 것이다. 실험 결과, 폴리올법으로 제조한 촉매는 HCP 결정구조와 ‘B5 사이트’가 형성되었으나, 함침법과 증착-침전법으로 제조한 촉매는 FCC와 HCP 구조가 혼합된 형태로 형성되었고 ‘B5 사이트’가 관찰되지 않았다.

폴리올법 제조 촉매인 Ru/MgAl2O4는 ‘B5 사이트’ 형성으로 가장 낮은 암모니아 분해 반응 활성화 에너지를 가지며, 저온에서 질소 탈착을 촉진했다. ‘B5 사이트’ 형성을 용이하게 하는 최적의 루테늄 입자의 크기와 형상은 구형 입자와 장방형의 입자로, 크기는 각각 2~3nm와 7nm가 가장 적합했다.

이를 통해 생성된 촉매는 기존 촉매의 성능을 크게 웃돌았다. 부틸렌글리콜을 사용하지 않은 기존 루테늄 촉매와 비교했을 때, 화학반응이 일어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인 활성화에너지가 약 20% 낮아졌고, 수소 생성률은 1.7배 증가했다. 또한 단위 부피당 암모니아 분해 반응 성능을 비교한 결과, 기존 합성법으로 만든 촉매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연구진은 ‘TRL 3’ 수준으로 기본성능 검증을 진행했다. 개발된 촉매 레시피 팰릿 지지체에 적용하여 촉매 양산기술 확보를 준비하고 있으며, 다양한 활성금속에도 확대 적용을 연구하고 있다. 응용 분야로는 암모니아 기반 무탄소 연료전지 및 터빈 발전, 암모니아 적용 친환경 선박, 수소충전소용 수소 제조, 거점형 수소생산기지 등이 있으며, 적용제품은 암모니아 기반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암모니아 크래커 등이 있다.

책임연구자인 수소연구단 구기영 박사는 “이번에 개발된 암모니아 분해 촉매 합성 기술은 기존 나노 촉매 대량 제조의 한계와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용적인 기술”이라며, “암모니아 분해 촉매 기술 국산화와 실용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앞으로 펠릿 촉매 양산과 다양한 암모니아 크래킹 시스템 적용을 통해 성능 검증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 지원사업으로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나노 분야의 저명 학술지 『스몰(Small, IF 12』의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