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전기차의 한국 시장 진출에 대비하는 우리의 자세 유럽·동남아 시장에서와 같은 성공은 미지수… 부품 및 소재 공급망 재편에는 영향 끼칠 것 세계 판매 1위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와 3위인 지리(Geely)가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 그중 특히 BYD는 누적 생산량 1천만 대 돌파, 지난해 3분기 매출 35조원을 기록하며 전기차 원조 선두 기업인 테슬라(Tesla)를 제쳤다. 이미 전기버스와 전기트럭으로 한국 시장에서 기술력을 입증한 BYD가 올해 1월부터 승용차를 출시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소비자’로 평가받는 한국에서 BYD가 얼마나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리 편집부
 BYD는 이미 한국에서 1톤 트럭‘T4K’를 출시하며 시장성을 검증했다. (출처: BYD코리아)
BYD는 2015년 BYD코리아(비와이디코리아 유한회사)를 설립하여 상용차를 중심으로 영업하고 있다. 이미 한국에서 1000대 이상의 전기버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1톤 트럭 ‘T4K’를 출시하며 시장성을 검증한 바 있다. 올해 1월 승용차의 본격적인 한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한성모터스, 도이치모터스 등 국내대표 6개 딜러사와 협력하여 판매망도 구축했다. Geely는 2025년 수도권에 전시장을 준비하고 2026년에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Zeekr) 시리즈를 중심으로 출시를 준비 중이다.
구체적인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SEAL(Zeekr 001)’, ‘ATTO3(Zeekr X)’, ‘DOLPHIN’ 등의 차종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중 BYD의 중형 세단인 ‘SEAL’은 세계 최초로 CTB(Cell-to-Body) 기술이 적용된 양산형 모델로, 3.8초의 제로백과 최대 650km의 주행거리를 자랑한다. CTB 기술은 차체와 배터리를 일체화해 공간 효율성과 주행 성능을 높인 기술이다. 소형 SUV인 ‘ATTO3’는 세계 최초 8-IN-1 전기 파워트레인과 고효율 히트펌프 주행 성능이 탑재되어 7.3초의 제로백과 510km의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DOLPHIN’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소형 해치백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의 의지로 이뤄낸 ‘수출 대국’ 중국은 정부의 다소 강압적인 산업 육성책으로 인한 내수 시장의 초과 공급으로 ‘자동차 수출 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후발주자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01년 「5개년 경제 규획」에 ‘전기차 연구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2010년에는 「7대 전략적인 신흥산업」에 전기차가 포함되었고, 2015년에는 「제조 2025년 전략의 육성 산업」으로 선정, 2020년에는 「신에너지차 산업발전계획(~’35년)」을 발표했다.
그로 인하여 최근 10년 사이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연평균 70% 이상 고성장하며 일본의 수출량을 추월했다. 내연기관차는 러시아(17.4%), 멕시코(7.9%)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수출 비중이 늘었고, 전기차는 유럽(28.3%)으로의 수출 비중이 크게 늘었다.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ASEAN) 전기차 시장에서는 독과점이나 다름없다. 이들 국가의 전기차 육성정책에 힘입어 2023년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217% 증가했는데, 중국업체의 시장점유율(M/S)이 무려 36%에 달했다. 그에 반해 현대차는 2022년 인도네시아 공장 가동에도 불구하고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높은 가격 경쟁력 & 현지화 전략 통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전기차가 선전하는 가장 큰 이유로 높은 가격 경쟁력을 꼽을 수 있다. 중국은 ’09년부터 ’22년까지 정부의 보조금 정책으로 내수 시장이 확대되어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다. 또 저렴한 노무비 및 배터리 소재를 앞세운 자국 생산으로 가격 경쟁력을 유지 중이다.
중국 전기차가 주요 글로벌 브랜드 대비 낮은 수준의 판매가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원료부터 판매, 금융까지 공급망 수직계열화 및 공정기술 혁신을 통해 제조 비용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BYD는 2019년에 배터리, 센서, 모터, 전장부품, 조명 등의 부품 개발 및 제작을 위해 100% 보유 계열사를 설립했다. 그로 인해 파워트레인, 배터리, 모터, 변속기 등에 사용되는 부품을 통합하고 공정 축소를 통해 재료 및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또한 중국 내 협력업체와 손잡고 동남아로 연결되는 ‘서부육해신통로’를 통해 전기차 산업단지를 건설하고, 자동차 운반선을 직접 보유·운영하여 물류비도 감축했다. 이러한 과감한 정책으로 ’24년 3월 기준, BYD는 테슬라의 ‘모델 Y’대비 51%~20% 수준의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
또 하나의 성공 요인으로 유럽 소비자가 선호하는 소형 및 준중형 모델에서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선보인 사례를 꼽을 수 있다. 초기 유럽 시장은 얼리어댑터(early adapter)들의 중형 전기차 수요가 높아 유럽 메이커의 판매 비중이 우세했으나, 전기차 시장 성장기에 돌입한 현재 시점에는 출퇴근 용도의 소형/준중형 모델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수익성을 고려한 중형 이상의 모델에 집중하고 있는 유럽 메이커와 달리, 중국 업체는 소형/준중형 모델을 통해 시장 진입을 확대하고 있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 주요 아세안 국가에서는 세제 혜택, 구매 보조금 등 인센티브 정책 활용을 통해 역내 공급망을 구축하는 한편, 가격 경쟁력도 확보하는 등 현지화 전략도 주효했다. 태국의 경우, 중국산 전기차 수입관세 철폐 및 법인세 면제로 일본이나 한국, 독일 등에 비해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에는 전기차 공장 설립 완공을 약속하면서 면세 및 ‘국산 부품 사용 요건(TKDN)’ 적용 시점을 연기했다.
한국 시장에서 통할지는 미지수 그러나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중국 전기차가 한국 시장에서 얼마나 활약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한국의 전기차 시장은 세계 시장 중 현재 유일하게 역성장 중이다. 충전시간, 배터리 안전 문제, 충전 인프라 부족 등에 기인하여 2024년 BEV(Battery Electric Vehicle) 및 PHEV(Plug-in HEV) 판매량은 14% 하락(전년 대비 -1.1%)했다. 대신 HEV(Hybrid Electric Vehicle) 판매량이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국 소비자들의 국산차 브랜드 충성도가 최고치에 달하며 수입차의 점유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4년 상반기 현대/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은 역대 최고치인 78%를 기록한 반면, 수입차 및 KGM, 르노 등 기타 브랜드 점유율은 20% 미만으로 하락했다.
게다가 LFP 전기차에 대한 정부의 구매지원금도 축소되었고, 최근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화재 사고가 잇따르며 안전에 대한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 중국 브랜드에 대한 낮은 인식과 안전에 대한 공포증(Phobia) 현상, 그리고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경쟁력을 보유한 국산 OEM의 영향 등으로 중국 전기차가 국내 시장을 얼마나 흔들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다.
가격 경쟁력이 승부수 될 것 국산 전기차는 낮은 감가상각비와 영업비용으로 높은 원가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는 낮은 인건비에 기반한 부품 생산과 자국 원료 활용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는 데서 강점이 있으나, 해외 공장 확장 시기에 생산 시스템 부재 및 높은 인건비로 원가율 상승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2월 ‘EV 트렌드 코리아 2024 조직위원회’가 실시한 「전기차 구매/YUJI 관련 소비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전기차 구매 결정 시 가격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 전 고려사항 혹은 구매 후 애로사항으로 가격 영향이 큰 편이었다. [표 2] 참조.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BYD의 중형 세단 시리즈는 고급 모델이기 때문에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DOLPHIN 같은 보급형 모델은 품질 대비 가성비가 좋기 때문에, 국산 전기차에 비해 500만~1천만원 낮은 가격에 출시한다면 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Geely의 24년형 소형 SUV 모델인 ‘Zeekr X’는 전기차 시장 성장기에 돌입한 유럽에서 출퇴근 용도의 소형/준중형 모델로 인기 있다. (출처: zeekr.eu)정부 보조금 축소, 전기차 포비아 난제 2024년 LFP 배터리 장착 전기차에 대한 정부 구매지원금이 최대 75% 축소된 것도 중국 자동차가 풀어야 할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이러한 국내 보조금 지원 기준에 맞춰 소형 승용차부터 중형 SUV까지 48개의 다양한 모델을 출시했다. 해당 모델은 아이오닉 시리즈, 포터(이하 현대), G80, GV60, GV70(이하 제네시스), EV3~9, 레이, K3 전기차(이하 기아) 등이다.
최근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화재 사고가 잇따르며 안전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 또한 넘어야 할 산이다. 지난해 8월 1일 발생한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이후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의 정보를 공개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24년 8월 기준, 국내에서 운행 중인 전기차 57종 가운데 24개 모델(42.1%)이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하여, 전문가들은 중국 전기차가 국내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으로 전망하며, 유럽이나 동남아 시장에서와 같은 성공은 불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부품 및 소재 공급망 재편에 대비 필요 그러나 중국 전기자동차의 진출이 한국 자동차 생태계 구조재편의 트리거가 될 가능성은 농후하다. 중국 업체들은 과잉공급에 대처하기 위해 ▶수출 및 해외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배터리 업체의 사업 도메인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국내 판매 대리점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계 딜러들이 국내에 진출하여 수입차 업체와 딜러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유럽의 높은 관세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BYD 저가모델 차량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3배나 증가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전략 덕분이었다.
또한 중국 업체들은 배터리 패키징 영역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있다. CATL, BYD는 LFP 기반의 셀투팩(Cell-to-Pack) 구조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이로 인한 배터리 조달 원가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거기에 더해 중국 업체들은 관세 등 무역장벽을 피하기 위해 우회 생산시설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OEM 대비 경쟁력이 낮은 부품 및 소재 산업은 중국산 수출 증가 영향으로 과거 철강산업과 유사한 과정으로 산업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대비가 필요할 것이다.
<Energ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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