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는 무인도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나 자원순환 관점에서 본 <무인도의 디바> TV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오충환, 2023)는 15년 동안 무인도에서 고립된 채 살다가 세상에 돌아온 목하(박은빈 역)가 어려움을 이겨내고 가수로서 성공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기서 문득 떠오르는 의문 하나. 목하는 어떻게 15년 동안 무인도에서 견뎌냈을까. 그녀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무인도에서 자라는 감자와 해양쓰레기 덕분이었다. 비바람을 피했으며 떠내려온 아이스박스 안에 든 라면으로 생을 마감하려는 위기에서 벗어난다. 해양쓰레기는 이처럼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살리는 역할을 하지만 현실에서는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른바 더 이상 갈 곳 없는, 무쓸모의 쓰레기를 업사이클링해 에너지 자원으로 승화시키는 연구와 기술개발이 인류의 지속가능성 한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호에는 자원순환의 관점에서 <무인도의 디바>를 감상해봤다.
글 편집부 자료 tvN, 해양수산부, 정책브리핑, GIST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드라마 속 한 장면. (출처 : tvN)
춘삼도에 살던 목하는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친구 기호의 도움으로 육지로 향하는 배를 탄다. 숨 막히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가수를 꿈꿨고 동경하던 슈퍼스타 윤란주(김효진 역)를 만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끝까지 쫓아온 아버지를 피해 바다로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 깨어난 곳은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였다.
드라마 속 한 장면. (출처 : tvN)무인도에서 생활하는 목하의 모습. (출처 : tvN)
날것의 자연에서 살아남기 ‘5분만 더’ 무인도에 갇히기 전 목하의 소망은 아버지가 없는 세상에서 단 하루라도 살아보는 것이었다. 다른 한 가지는 자신의 우상 란주를 만나는 것. 언니처럼 가수가 되면 소망이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 꿈에 온 정성을 쏟는다. 친구 기호가 목하를 ‘생각도 걱정도 없는 아이’라고 여기게 된 것도 목표를 향한 집념이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다. 기호는 목하가 자신처럼 매 맞는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목하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기로 결심한다. 극한적인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목하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갖게 된다. 무인도에서 나왔을 때 가장 먼저 하고자 했던 것은 란주를 만나는 것이었다.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을 실행하려고 한다.
15년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결국 란주를 만나게 된 목하. 희망을 잃고 방황하는 자신의 우상란주의 어려운 상황을 보고는 돕기로 결심한다. 무인도에서 얻은 깨달음 중 하나는 희망을 잃지 않고 ‘5분만 더’ 기다리는 인내심이다. “지치지 말고 버티고 견디다 보면 어느 날 이뤄지는 날들이 오더라.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는 마지막회에서 목하의 내레이션이다. ‘5분을 무엇으로 채울까‘라는 답도 없는 질문에서 벗어나,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되 그 다음은 생각하지 않는 삶의 방식이자 철학이다.
해변에 밀려온 폐어망 (출처 : 정책브리핑)
삶을 바꾼 힘, ‘아이스박스’와 ‘햇살’ 목하는 란주에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이 무인도에서 겪었던 일들을 얘기해준다. 생을 포기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든 순간 누군가가 버린 해양쓰레기인 아이스박스를 발견하고 해변으로 다시 올라와 그 안에 들어있는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라면을 끓여 먹는다. 그 순간 라면의 맛은 현재까지도 잊을 수 없다. 그러면서 생각했다고 한다. 5분만 늦게 그 아이스박스를 발견했더라면 지금 여기에 내가 있었을까. 그래 5분만 더 살아보자는 결심을 했다.
처음에는 그 5분을 무엇을 하며 보낼까라는 새로운 질문들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끝도 없는 질문들을 생각하기보다는 지금 해야 할 일들을 하다 보니 그 질문들을 잊어버리고 생산적인 일들을 하며 15년을 버틸 수 있었다고. 갈매기 친구를 사귀거나 바다에서 밀려온 쓰레기 더미로 집을 꾸미면서 시간을 채우며 견디고 버티다보니 결국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들이 나에게 찾아왔다는 것이다.
아마도 목하는 야생의 자연과 쓰레기 더미 속에서 머릿속에 끊임없이 떠오르는 상념을 지우고 묵묵히 수행하는 방법을 찾았는지도 모른다. 후회나 분노는 자신을 쪼그라들게 만든다. 여기서는 살아날 수 없다는 팩트폭력도 마찬가지다. RJ엔터테인먼트의 대표가 가수 나이 30이면 현실 나이는 환갑이라는 팩트를 날렸을 때, 목하는 아이스박스를 발견하던 그 순간을 떠올린다. 더 이상을 쪼그라들지 않겠다. 두려움에 떨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남에게 팩트 폭력을 가하는 ‘쫄보’ 같은 사람에게 자신뿐만 아니라 내가 아끼는 사람이 당하게 그대로 둘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결국, 란주의 매니저 제안을 수락하고 통산 음반 판매 2천만 장 기록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정한다.
낙동강 하구 무인도에서 수거사업을 하고 있는 모습. (출처 : 해양환경공단)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기 재생 방법 <무인도의 디바>는 에너지를 전환하는 관점과 방식을 제안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무한하게 자신이 쪼그라든다고 느낄 때 무한히 반복되는 답 없는 질문에 에너지를 쏟을 때 우리는 절망을 느낀다. 대신 그 에너지를 나뭇가지 사이를 스쳐지나 내 얼굴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햇살에, 주변을 날아다니는 갈매기에, 끌 없이 무인도로 쏟아지는 쓰레기에 쏟는 것이다.
여기서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행되고 있는 자원순환 프로젝트가 떠오를 수 있다. 만물이 에너지다. 그 쓰임이 다하면 쓰레기라고 지칭하지만, 과학에서는 이를 전환해 새로운 에너지 자원으로 만들기도 한다.
목하를 살게 한 쓰레기는 생태계 파괴의 주범 해양쓰레기는 환경오염과 자연 생태계를 파괴한다. 해양수산부 해양환경정보포털 해안쓰레기 모니터링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발생한 해양쓰레기의 무게는 5653 kg에 달하고 2022년에는 그 양이 4339 kg으로 줄어들었지만, 그 악영향은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이라고 한다. 조사 방법과 범위에 따라 무게는 달라질 수 있지만,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해외에서 조사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육상에서 관리되지 못해 해양으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양은 480만~1270 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목재, 종이, 유리, 플라스틱이나 어업활동, 선박 등에서 발생하는 폐어망, 로프, 폐스티로폼, 폐타이어 등 해양 쓰레기는 해안에 방치되거나 해양으로 유입되어 바다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15만 9,800 톤의 해양쓰레기가 발생하고 있으며 육지에서의 유입은 10만 9,400 톤, 바다에서 만들어지는 해양쓰레기는 5만 400 톤에 달한다고 하니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다.
해외 한 연구진은 전 세계 바다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171조 개에 달하고 총 무게만 230만 톤으로 추정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연구진은 2005년 이후 해양 플라스틱 오염이 전례없이 증가하고 있어 현재의 상태가 지속한다면 2040년에는 바다로 유입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거의 3배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작은 조각으로 분해되면서 지름이 5 ㎜ 이하인 미세플라스틱은 바다에 떠다니며 해양생물들이 이를 섭취할 경우 다양한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시돼 전체 먹이사슬이 교란될 뿐만 아니라 해산물을 먹는 사람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다. 해양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쓰레기를 줄이는 일이다. 이런 관리가 안 될 경우 수거하는 방법도 있다. 해양쓰레기의 80 %를 차지한다는 플라스틱을 생분해성으로 대체하고 바다의 부표를 친환경 물질로 바꾸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외에도 에너지원으로 재사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양쓰레기를 3D프린터 소재로 재탄생 시키는 사례도 나타난다. 이는 3D프린터로 해양쓰레기를 활용해 업사이클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해양쓰레기를 단순히 재활용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3D프린터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 시키기 위한 특수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다.
환경오염 물질 암모니아 전환 기술 개발 새로운 에너지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흥미로운 연구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지난 2021년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미세먼지와 산성비 등의 원인이 되는 대표적인 환경오염 물질인 일산화질소를 암모니아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GIST 지구·환경공학부 주종훈 교수 연구팀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윤형철 박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일산화질소를 수소의 저장체인 암모니아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암모니아는 비료의 원료로 잘 알려져 있으나 최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 물질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수소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수소캐리어로서의 역할이 용이하며 연소시 CO2를 발생시키지 않아 대체연료로도 주목받고 있다.
현재 상용화된 암모니아 생산방법인 ‘하버-보쉬법’은 고압환경이 요구돼 에너지 소모가 많고 수소를 연료로 사용해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어 이를 전기화학적 방법으로 대체하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기존 전기화학적 변환 기술은 질소로부터 암모니아를 합성해 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질소의 분해 반응 속도가 매우 느리고 암모니아 합성 효율이 낮아 활용성이 떨어졌다.
연구팀은 세라믹 이온 전도성 소재 기반 전기화학 셀을 이용해 대기 중 유독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원료로 해 상압조건에서 효용성 높은 물질인 암모니아를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로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오염물질 배출 없이 차세대 연료인 수소를 부산물로 생산해 내는 성과를 이루었다. 이 연구결과는 산소 이온전도성 소재를 이용한 세계 최초의 질소산화물로부터의 암모니아 합성방법이며, 기존 전기화학적 암모니아 합성방법 대비 3배 이상의 생산효율(1885μmol cm-2h-1 )을 보여 세계 최고 수준을 보고했다.
목하가 위대한 이유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 관점에서 목하는 해양쓰레기를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재활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편으로 목하가 위대한 이유는 남들을 진정으로 응원할 줄 안다는 것이다. 마지막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란주의 내레이션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다치지 않기 위해 남탓을 한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결과의 책임이 나에게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탓을 하지 않기는 힘든 일이다. 목하는 자신이 다치더라도 진심을 다해 상대방을 응원할 줄 알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요즘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주인공 캐릭터 ‘목하’는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기 때문에 더욱 멋있어 보인다.
<Energ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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