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와 열 만드는 다기능성 PVT 방음벽 방음 성능도 우수…교통소음 저감용 방음벽 대체
충청남도 계룡시 인근의 한 도로에는 특별한 방음벽이 설치돼 있다. 방음벽은 소리를 차단하는 역할을 하지만, 이 방음벽은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다기능성을 갖췄다. 이 방음벽은 3 ㎾e급의 다기능성 PVT 방음벽 시스템을 실증하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운영되고 있다. 이 기술은 국토 면적이 좁아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한국의 실정에 꼭 필요한 기술로 평가된다. 산지와 농촌의 전답에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서고 있지만 경관 파괴와 산지 훼손으로 인해 지역 사회의 역풍을 맞고 있다. 무엇보다 태양광 패널이 농지를 잠식할 경우 한국의 식량안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정리 강창대 기자 자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태양광 발전설비가 농지를 잠식할 경우 식량안보에 영향를 줄 수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너지연) 열변환시스템연구실 강은철 박사 연구진이 도로나 철로 주변에 설치하는 방음벽을 대체할 수 있는 다기능 PVT 방음벽을 개발했다. PVT(Photovoltaic-Thermal)란 태양광패널과 태양열 집열기가 융합돼 전력과 온열을 복합적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말한다. PVT 내부에 공기의 흐름이 발생하면서 PV 패널의 온도를 낮춰줌으로써 발전량을 증가시키면서 온열도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다기능 PVT 방음벽은 소리를 흡수하거나 차단하는 것은 물론, 전기와 열을 생산한다.1)
 한국의 전국 도로 연장은 11만 1,314 ㎞로 지구를 2.7바퀴 돌 수 있는 길이다.
지구 2.7바퀴 도로를 발전소로
정부는 정책적으로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3030 등의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러한 정책과 맞물려 태양광 시장은 매년 10%씩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설치 공간이 부족해 건물의 지붕과 외벽뿐만 아니라, 산지와 전답(田畓)에도 태양광 모듈이 설치되고 있다. 그러나 무분별하게 설치된 태양광 모듈은 경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자연환경 훼손의 원인이 되기도 하면서 지역 주민의 반발을 사기도 한다.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크게 늘릴 수밖에 없지만, 발전설비를 세울 만한 공간은 점점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 그 대안으로 떠오르는 대상이 바로 방음벽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전국 도로 연장은 11만 1,314 ㎞다. 이는 지구를 2.7바퀴 돌 수 있고,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자동차나 철도와 같은 교통수단들이 고속화되고 차량이 크게 늘면서 교통소음도 덩달아 크게 증가했다. 이는 정온한 주거환경을 해치는 소음 공해가 된다. 이러한 교통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다양한 방음벽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더 나아가 방음벽이 여러 가지 기능을 갖춘다면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기능성 PVT 방음 모듈 구성 및 개념도
 열유동 해석을 통해 최적의 전열 구조 제시
시공도 용이한 콤팩트형 모듈
이점에 착안한 강은철 박사 연구진은 PVT 기술과 방음벽을 결합한 형태의 다기능성 방음벽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태양광 패널과 태양열 집열기, 흡음재를 동시에 활용해 차음과 흡음 성능과 더불어, 전기와 열을 생산한다. 뿐만 아니라, 태양광 패널의 온도를 낮춰 발전량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온열을 생산해 활용하기 때문에 발전효율도 향상시킬 수 있다.
다기능성 PVT 방음 모듈은 단순한 요소기술의 조합이 아니라, 여러 요소기술들이 융합됐다. 태양광 패널의 온도 상승에 따른 발전량 저하를 막기 위해 PVT 내부에 공기유동을 발생시켜 패널의 온도를 낮춤과 동시에 열을 회수하도록 설계했으며, PVT의 외부 열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흡음재를 단열재로 활용해 흡음과 단열 역할을 한다.
또한 PVT 방음벽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최적의 방음 기능을 위한 PVT 방음벽 구조체의 형상과 온열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전열구조를 적용했으며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전될 수 있도록 자동화된 운전 제어 기술을 개발했다.
즉, 태양광 패널은 전력생산과 차음기능, 흡음재는 단열과 흡음기능, 태양열 집열기 전열구조는 열 회수와 구조 강도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며, 이러한 요소기술들을 하나의 콤팩트형 모듈로 탄생시킨 것이 다기능성 PVT 방음 모듈이다.
아울러, 기존의 노후화된 방음벽을 다기능성 PVT 방음벽 시스템으로 용이하게 교체할 수 있도록 현장 시공 기법도 개발했다. 연구진은 시스템 설계 및 현장 설치가 용이한 직렬 연계 방식의 시공 기법을 바탕으로 현재 충청남도 계룡시에 3 ㎾e급의 다기능성 PVT 방음벽 시스템을 실증 적용해 2021년 12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다기능성 PVT 방음벽 시스템의 후면
 다기능성 PVT 이용 난방제어기
방음·발전·온열 생산도 우수
연구진이 개발한 방음벽은 도로 방음시설의 음향성능 기준에서 차음성능은 1,000 ㎐에서 37.1 dB(기준 30 dB 이상), 흡음성능은 0.83(기준 0.7 이상)으로, 기준 대비 높은 성능을 나타냈다. 참고로, 차음성능은 KS F ISO 10140-2에 근거하여 성능 평가를 수행한다. 이때 1,000 ㎐에서 투과손실 기준은 30 dB 이상이어야 한다. 흡음성능은 KS F 2805에 근거하여 평가하며, 250 ㎐, 500 ㎐, 1,000 ㎐, 2,000 ㎐에서의 흡음성능을 구하여 4개의 평균한 값을 흡음성능 기준 값으로 한다.
PVT 방음 모듈의 발전효율은 동일한 외기환경 설치조건에서 기존 태양광 패널 발전효율보다 6% 이상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태양광 패널은 온도가 증가할수록 발전량이 감소한다. 그런데 PVT 방음 모듈은 공기유동으로 인해 기존 태양광 패널 온도보다 약 15℃ 이상 낮아 발전량이 향상됐던 것이다. 생산된 온열은 대합실, 공중화장실, 휴게실, 흡연실 등 공공장소에 난방 및 환기, 온수 예열로 활용이 가능하다.
연구책임자인 강은철 박사는 “국내 방음벽의 총 설치 길이는 약 3,200 ㎞로, 신도시 발전 및 교통소음으로 민원이 많아져 방음벽의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기능성 PVT 방음벽 시스템 시장은 음영을 고려하더라도 약 1,000 ㎞ 이상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밝게 전망했다. 강 박사는 이어 “국가 에너지 정책 실현을 위해 기존 설비를 활용한 다양한 재생에너지 융합 기술이 개발돼야 하며, 다기능성 PVT 방음벽 기술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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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 연구는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국토교통기술촉진연구사업의 일환으로 ㈜화랑월드와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기술개발과 관련해 3건의 특허출원과 1건의 특허등록 성과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사업화를 추진 중에 있다.
<Energ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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